취 미 ~~~~~~~/전통민화

日月扶桑圖(일월부상도)

언제나좋은친구 2022. 12. 20. 22:57


9세기 그려진 민화 <일월부상도>에서는 산봉우리보다 '일월'의 비중이 더 크다.

게다가 해와 달 주변을 꽃구름으로 장식해 그 위상이 돋보이게 했다.

소나무가지 사이로 붉은 해가 뜨겁게작열하고 오동나무 가지 사이로 흰 달이밝게 빛난다.

소나무와 오동나무를 우주의 축으로 삼은것이다.

나무 아래로는 뾰족한 산봉우리들과 바다 물결이 춤추듯 너울댄다.

이 그림에서 산은 나무보다도 작다. 일월과 나무를 그림의 중심으로 삼은 까닭은서민에게 오악으로 대변되는 권위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더 소중했기 때문일것이다.

<일월부상도>를 해석하는 핵심은 '소나무에 걸린 해'와 '오동나무에 걸린 달'이다.

전자가 왕을 상징한다면, 후자는 왕비를상징한다. 여기서 소나무는 일월오봉도처럼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우주의 나무라기보다는 해와 함께 왕을 가리킨다.

반면 오동나무는 봉황이 깃드는 나무로 달과 관련지어 왕비로 해석할 수 있다.

조류의 왕인 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내려앉지 않는다고 했다.

이 그림에서 우주적인 존재를 일상으로
끌어내리는 장치는 여러 곳에서 보인다.

해와 달을 품은 나무는 그림 속 그림, 즉 화중화(畵中畵)로 처리하고, 마당은 꽃이나 풀과 조화를 이룬 수석으로 장식하여 밝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림 아래 보이는 앞마당에는 찔레,불로초,
매화로 장식된 괴석 세 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이 그림의 무대는 일상의 공간인 셈이다.

이처럼 <일월부상도>에는 우주적인 상징과 일상적인 상징이 중첩돼 있다.

그래서 부부의 화합을 기원하는 그림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와 달처럼, 왕과 왕비처럼 부부가 영원히 해로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마치 일반 서민들이 혼례때 왕과 왕비의 복장으로 혼인식을 치르듯이 우주적인 상징에 기대어 서민의 현실적인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궁중의 <일월오봉도>가 장엄한
다큐멘터리라면, 민화 <일월부상도>는
서정적인 드라마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림의 제목 중에 부상(扶桑)이란 용어가 있다.

어떤 연유로 이름을 정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그림에 적합한 용어는 아니다.

부상은 중국 신화에서 동쪽 바다에 있는, 키가 수십 장이 되는 신목(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신성한 나무)이다. 그 아래에는 아홉 개의 해가 있고 윗가지에 해가 하나 더 걸려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월부상도에선 부상이 아닌 소나무가 등장하고, 해뿐만 아니라 달도 등장한다.

무명화가는 궁궐 깊숙한 곳에 있던 그림을 과감하게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 내렸다.

천하를 지배할 일이 없으니, 오악이면 어떻고 십악이면 어떠한가.작지만 많은 산들이 줄을 이어 산맥을 이룬다.

더구나 하늘의 세계도 그리 높지 않고 그리 거창하지도 않다.

소나무와오동나무에 걸려 있는 해와 달은 길거리의 가로등처럼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비추고 있을 뿐이다.



출처 민화는민화다 저자정병모